명주사 부도군에서 만난 해무 속 돌탑의 고요한 아침

이른 아침, 해무가 옅게 깔린 날에 양양 현북면의 명주사 부도군을 찾았습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길을 따라 스며들어 공기가 유난히 선선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솔길을 걷기 시작하자, 흙냄새와 송진 향이 섞여 들었습니다. 길 끝에 돌로 된 탑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그곳이 바로 명주사 부도군이었습니다. 돌빛이 회색빛에서 은은한 청색으로 변하며 아침 햇살을 받았고, 주위는 안개가 걷히며 천천히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절집의 종소리도 멀리서 들려오지 않았고, 오직 바람과 새소리만이 들렸습니다. 그 정적 속에서 부도 하나하나가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했습니다. 고요했지만 생동감이 느껴지는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1. 조용한 산사로 향하는 길

 

명주사 부도군은 양양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20분가량 떨어진 현북면 오산리 일대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르면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산으로 접어드는 지점이 나타납니다. 길은 비교적 넓지만, 마지막 구간은 경사가 있어 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찰 입구 근처에 마련된 주차장은 10여 대 정도 주차할 수 있으며, 평일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부도군까지는 도보로 7~8분 거리로, 나무계단과 완만한 흙길이 번갈아 이어집니다. 비 오는 날에는 흙이 젖어 미끄럽기 때문에 트레킹화를 추천합니다. 걷는 동안 들리는 솔잎 스치는 소리와 멀리서 울려오는 파도 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산과 바다가 함께 있는 길이어서 그 자체로 걷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2. 돌탑들이 만든 정연한 풍경

 

부도군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지보다 약간 높게 위치해 있어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둥근 기단 위로 원형과 팔각형, 그리고 종 모양의 부도들이 다양하게 서 있습니다. 돌의 질감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표면이 부드럽게 닳아 세월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들며 그림자를 만들고, 그 사이로 바람이 부딪히며 은은한 음색을 냅니다. 부도들 사이의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있어 전체가 하나의 조형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안내문을 읽으며 천천히 둘러보니, 이곳이 단순한 승탑의 모임이 아니라 명주사 역대 고승들의 사리를 봉안한 공간이라는 사실이 더욱 깊게 다가왔습니다.

 

 

3. 명주사 부도군의 역사적 가치

 

명주사 부도군은 통일신라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조성된 다양한 형식의 부도들이 함께 보존되어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조형이 다르고 장식 양식에도 차이가 뚜렷합니다. 일부는 구름무늬가 새겨져 있고, 어떤 것은 연꽃 받침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중심부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부도는 9세기경 작품으로 추정되며, 단정한 비례감과 균형미가 뛰어납니다. 이 부도군은 단일 사찰 내에서 여러 시대의 불교 조형미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습니다. 문화재 안내판에는 각각의 부도에 얽힌 스님의 법명과 제작 시기까지 세밀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돌의 균열과 이끼마저도 그 오랜 세월을 증명하듯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4. 머무는 공간의 세심한 관리

 

부도군 주변은 잡초 하나 없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방문객이 이동할 수 있도록 작은 목재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발길이 닿지 않도록 안내 로프가 낮게 둘러져 있습니다. 곳곳에 비치된 설명문은 짧지만 핵심만 담고 있어 읽기 편했습니다. 부도군 옆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소나무 숲이 있어 잠시 머물며 쉴 수 있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벤치에 앉으니 공기가 맑고 차분했습니다. 매연이나 인공적인 소음이 전혀 없어서 그 자체로 휴식이 되었습니다. 화장실과 음수대는 명주사 경내 쪽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거리상 멀지 않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사찰 공간 안에서도 방문객을 배려한 세심함이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한참을 머물며 부도군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보기 좋은 인근 명소

 

명주사 부도군을 둘러본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낙산사’를 방문하기 좋습니다.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풍경이 압도적입니다. 또한 ‘하조대 해변’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바다 위로 햇살이 반사되어 장관을 이룹니다. 점심은 현북면 소재의 ‘오산리 식당가’에서 산채비빔밥이나 된장찌개를 추천합니다. 조용히 식사 후 ‘양양 선림원지’로 이동하면 또 다른 불교 유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루 코스로 연결하면 불교 문화유산과 자연을 함께 느끼는 일정이 됩니다. 특히 봄철에는 산벚꽃과 동해의 푸른 빛이 어우러져 이 지역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팁

 

명주사 부도군은 입장료 없이 상시 관람이 가능하지만, 일몰 후에는 조명이 거의 없어 오후 5시 이전 방문이 적당합니다. 부도 사이의 길이 울퉁불퉁하므로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 날에는 이끼가 젖어 미끄러우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삼각대 촬영은 제한되어 있으나, 일반 카메라로는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사찰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는 조용히 인사하고, 종교 의식 중에는 접근을 피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겨울철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 체감온도가 낮아지므로 따뜻한 옷을 챙겨야 합니다. 날씨가 맑은 오전 시간대에는 빛이 부도 표면을 가장 아름답게 비추어 사진이 선명하게 나옵니다. 짧은 방문이라도 마음이 정리되는 곳입니다.

 

 

마무리

 

양양 명주사 부도군은 말없이 세월을 증언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돌탑 하나하나가 오래된 시간을 품고, 그 사이로 흘러드는 바람이 모든 소리를 잠재웠습니다. 인공적인 꾸밈이 전혀 없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그 단정한 모습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봄 안개가 옅게 낀 새벽에 오고 싶습니다. 햇살이 돌 표면에 스며드는 순간을 직접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고요한 명상 공간이었습니다.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돌아서는 길, 바람 속에 남아 있는 돌의 기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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